6) 깨달음의 세계
(1) 점검과 인가
수행자가 선지식에게 자신의 공부상태를 물어보는 정확하고 섬세한 점검을 통해서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화두참구 과정이 매우 면밀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하며, 수행자 내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선지식이 지도해 주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갈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수행자는 자신의 수행정도를 정직하게 낱낱이 점검받으며, 스승은 일상생활에서 닥쳐오는 경계의 문제나 병통대처법, 화두를 면밀하게 드는 방법을 지도해주는 등 마지막 관문을 넘을때까지 하나하나 자상하게 일러주어야 한다. 스승과 제자사이에 점검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행자는 참선에 재미를 못붙이거나 엉뚱한 길로 빠질수가 있다.
수행자가 화두를 타파하여 선지식이 그 경계를 점검하고 깨달았으면 인가하여 점두(點頭)해 주는 일이다. 禪에서 인가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과 같이 매우 중요한데, 나름대로 소견으로 깨달았다는 착각도인이 생기기도 하므로 옳고 그름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내용이 부처님과 다름이 없는 본분종사(本分宗師) 혹은 본색종사(本色宗師)에게 인가받는 것이 전통이다. 만약 본색종사를 찾아가 그 깨달은 경지를 확인받는 결택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열이면 열 다 마구니가 된다고 했다. 본색종사를 찾아 인가받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2) 자가점검
사정이 여의치 못할 때 조사어록 기준에 따라 스스로 점검해 볼수 있는데, 결코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기 공부에 대해 냉정히 판단할수 있어야한다. 이런 마음자세만 확고하다면 조사스님들의 어록에 따라 자기공부의 是非와 深淺을 점검할수 있을것이다.
■ 『서장』의 공부점검법
① 유유히 한가롭게 소요자재할 때 온갖 마의 경계에 휘둘리지 않는가.
② 행주좌와 일상생활 속에서도 화두가 잘 들리는가
③ 움직일때나 고요할때나 헤아려 분별하지 않을 수 있는가
④ 꿈꿀때와 깨어있을 때가 일치하는가
⑤ 理와 事가 회통되는가.
⑥ 마음경계가 모두 한결같은가
■ 『선가귀감』의 공부점검법
① 네가지 은혜가 깊고 두터운것을 알고 있는가 (부모, 나라, 스승, 시주의 은혜)
② 지수화풍 사대로 된 더러운 몸이 순간순간 썩어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③ 사람들 목숨이 호흡사이 달려있는 줄을 아는가
④ 일찍이 부처님이나 조사같은 이를 만나고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았는가
⑤ 높고 거룩한 법을 듣고서도 기쁘고 다행한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⑥ 공부하는 곳을 떠나지 않고 수도인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⑦ 곁에 있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며 지내지 않는가
⑧ 분주하게 시비나 일삼고 있지 않는가
⑨ 화두가 어느 때에나 또렷또렷하여 어둡지 않는가
⑩ 남과 이야기 하고 있을 때에도 화두가 끊임없이 되는가
⑪ 보고듣고 알아차릴 때에도 화두가 한결같이 한 조각을 이루는가
⑫ 공부를 돌아볼때 부처와 조사를 붙잡을 만한가
⑬ 이생에 부처님의 혜명을 이룰수 있겠는가.
⑭ 앉고 눕고 편안할 때에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는가
⑮ 이 육신으로 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가
⑯ 모든 경계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가.
■ 서산스님의 공부점검법
① 상중하의 자리를 불문하고 서로 공경하는가
② 남의 허물을 보거나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았는가.
■ 『나옹어록』의 工夫十節目
① 색성초월色聲超越 : 세상사람들은 모양을 보면 그 모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모양과 소리를 벗어날 수 있는가.
② 하개정공下个正空 : 이미 소리와 모양에서 벗어났으면 반드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그 바른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③ 정숙공正熟功 : 이미 공부를 시작했으면 그 공부를 익혀야 한다. 공부가 익은때는 어떤가
④ 타실비공打失鼻孔 : 공부가 익었다면 나아가 자취를 없애야 한다. 자취를 없앤 때는 어떤가.
⑤ 의식불급意識不及 : 자취가 없어지면 담담하고 냉랭하여 아무맛도 없고 기력도 전혀 없다. 의식이 닿지않고 마음이 활동하지 않으며 또 그때에는 허깨비 몸이 인간세상에 있는 줄 모른다. 이쯤되면 그것은 어떤 경계인가.
① 오매항일寤寐恒一 : 공부가 지극해지면 動靜에 틈이 없고 자나깨나 한결같아 부딪쳐도 흩어지지 않고 없어져도 잃지 않는다. 마치 개가 기름이 끓는 솥을 보고 핥으려 해도 핥을 수 없고 포기하려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나니, 그때에 어떻게 해야 합당한가.
⑥ 줄지변절啐地便折 : 갑자기 백이십근 되는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단박 꺽이고 단박 끊긴다. 그때는 어떤것이 그대의 자성인가.
⑦ 수연응용隨緣應用 : 이미 자성을 깨쳤으면 자성의 본래작용은 인연따라 맞게 쓰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본래 작용에 맞게 쓰이는 것인가.
⑧ 요탈생사要脫生死 :이미 자성의 작용을 알았으면 생사를 벗어나야 하는데, 안광이 땅에 떨어질 때에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⑨ 지거처知去處 : 이미 생사를 벗어났으면 가는 곳을 알아야 한다. 사대는 각각 흩어지니 어디를 향해 가는가
■ 아래사항을 점검해보자
① 정견이 바르고 확고하게 섰는가
② 수행과 삶이 일치하고 있는가
③ 화두에 대한 신념이 날로 증장되고 있는가
④ 물질에 대한 욕구가 조복되어 가고 있는가
⑤ 확철대오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원력이 서 있는가
⑥ 결제해제없이 항상 계율을 잘 지키고 있는가
⑦ 시비심과 승부심이 날로 적어지고 있는가.
(3) 깨달음의 세계
확철대오하면 가슴속이 환히 밝음이 마치 백천해와 달과 같아 시방세계를 한 생각에 밝게 요달하며 가는 털끝만큼의 다른 생각도 없으니, 비로소 구경과 상응하게 된다. 모름지기 당사자가 스스로 볼 수 있고 깨칠 수 있다면 자연히 옛사람의 언구에 휘둘리지 않고 도리어 옛사람의 언구를 굴릴 수 있다. -서장-
화두를 타파하여 깨치게 되면 꿈에서 깨어난 것과 같고 하늘에 백천개 해가 비치는 것과 같다. 그 세계Sms 허공과 같이 무한히 넓어 한정이 없다. 그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평등해서 우열이 없고, 귀천도 없고, 친소도 없고, 시비도 없고, 대립과 갈등 투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만 있다. 모든 존재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기에 남을 위하는 것이 자기를 위하는 것이고, 자기를 위하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이 된다. 깨달으면 자주적이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내게도 남에게 한없이 자애로우며, 모든 순 역경계에 자유자재한 대자유인이 된다. 이는 말로 설명할수 없다.
말과 사유와 경계를 초월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체험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객관적으로 검증할 길이 없다. 영명선사는 종경록에서 깨달음에 대한 자지점검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① 완벽하게 견성해서 마치 대낮에 물건을 보듯, 그렇게 지혜로울 수 있는가.
② 사람 만나고 상황에 대처하며, 색깔을 보고 소리들으며, 발을 들어올리고 놓으며, 눈뜨고 감는것이 모두 밝고 뛰어나 도와 상응하는가.
③ 부처님의 가르침과 조사들의 말을 깊이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들을 모두 살펴도 의심스러운 곳이 없는가.
④ 온갖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따진 뒤 능히 사변을 갖추어 모든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가
⑤ 언제 어디서든 지혜가 막힘없이 드러나 생각생각마다 깨어있어 어떤 법에도 방해받지 않고 한순간에도 끊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가
⑥ 일체 순경계 역경계와 좋은 경계 나쁜경계가 나타날 때마다, 그 자리에서 모두 알아차려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가.
⑦ 온갖 밝은 법문이 마음에 있으니 하나하나의 미세함을 보아 본체가 일어나는 곳을 알며 생사의 뿌리에 어지럽게 미혹되지 않을 수 있는가
⑧ 일상의 행주좌와때, 공경히 마주대하고 있을때, 옷입고 밥먹을때, 일을 맡아 처리할 때에도 일일이 진실을 알아볼수 있는가
⑨ 부처가 있다 없다, 중생이 있다없다, 칭찬이나 비방, 옳다 그르다 하는 말을 들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가
⑩ 온갖 지혜에 대하여 모두 밝게 통하여, 性과 相이 모두 통해 理와 事에 얽매이지 않으며, 어떤 법도 그 근원을 알수있으며, 세상에 온 어떤 성인의 말에도 의문이 없을 수 있는가.
마음은 본래 물들거나 더럽혀지거나 없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번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관과 객관을 나누는 알음알이 때문에 번뇌와 지혜, 생사와 열반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다. 이러한 알음알이가 연기이고 무아임을 깨달으면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님을 알아 평등하고 자유로운 해탈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산은산, 물은 물이라고 한다.
선지식들아! 법에는 단박(頓)과 점차(漸)가 없으나 사람에게는 영리하고 우둔함이 있다. 미혹하면 점차로 계합하고 깨친이는 단박에 닦는다.
자신의 성품을 자기가 깨달아야 하는데, 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닦아 마친다. 또한 점차가 없다. 일체법을 세우지 않는 까닭으로 모든 법이 적멸한데 어찌 차제가 있겠는가. -육조단경
오직 돈오라는 한가지 문만으로 해탈을 얻는다. 돈이란 망령된 생각을 단번에 제거하는 것이며, 오란 얻을 것이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돈오입문요론
우뚝하고 당당하며 모든일에 구애되지 않고 의연하다. 시끄러운 곳에 머리를 들이밀고 평온한 곳에서는 다리를 내려놓는다. - 굉지광롤-
경계의 인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좋고 나쁨은 마음에서 일어날뿐, 마음이 억지로 이름붙이지 않는다면, 허망한 감정이 어디에서 일어나겠는가? 허망한 감정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면 진심이 깨달음에 따른다고 하셨다. 부디 역순경계 속에서 늘 이와같이 관조하면 길이 고뇌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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